▲ 사진=조선일보DB

국회입법조사처가 금년에 발간한 〈2021년 북한의 대외정책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향 모색〉 보고서에는 대북(對北)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김용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진단과 분석이 담겨 있다. 

해당 보고서는 현재 북한 내정(內政)에 대해 “제재·홍수·코로나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으므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작년 1월 시작된 ‘국경 봉쇄’로 인해 2020년 중북(中北) 무역이 전년도 대비 80.7% 급감(急減)했다”며 “특히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북한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북한 급변 사태’ 연구 중 다수는 북한 내 민중봉기(民衆蜂起)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나,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로 북한 내 전염병(傳染病) 창궐을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염병과 1990년대 말 ‘고난(苦難)의 행군(行軍)’ 같은 극단적 경제적 어려움이 결합하는 것이 북한 체제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김정은도 ‘중국식 빅데이터’ 활용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김 왕가(王家)’ 체제로 사회를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북한의 향후 대외정책(對外政策)에 대해 “북한은 시간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상징적 행보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먼저 미국에 대화를 요청하거나 제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행동 변화 때까지 자력갱생(自力更生)을 통해 내부를 다지면서 무력과시(武力誇示)를 통한 압박을 병행하는 정책을 모색할 것이다. 미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최대 목표는 ‘북한을 사실상 핵(核)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적대시(敵對視) 정책을 철회하며, 일부 핵전력(戰力)만 줄이는 ‘핵군축(軍縮)’ 협상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미중(美中) 간의 첨예한 갈등을 활용하여 핵정책 추진 공간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전혀 읽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북한의 향후 대남기조(對南基調)에 대해 “2020년 북한의 ‘6월 공세(攻勢)’ 때 김여정이 남북관계를 ‘대적(對敵) 관계’로 규정한 것도 여전히 철회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북한은 대남 공세, 예를 들면 NLL 해안포(海岸砲) 사격, 단거리 미사일 동해(東海) 발사, 준(準)중거리 미사일 동해 발사 등의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대한민국의 향후 대북기조(對北基調)에 대해 “대북정책의 국내 정치화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대북정책의 국내 정치적 활용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며 “대북 쌀 지원, 총풍과 북풍,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의 학습효과(學習效果)로 선거기제(選擧機制)로서의 효력이 반감됐다. 햇볕을 통해 나그네가 겉옷을 벗는 시간, 남북 간 신뢰가 형성되는 시간, 평화가 형성되는 시간은 ‘대통령 임기 5년 안에는 힘들다’는 지난 20년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지나치게 교류 협력과 대화에 대한 긍정성이 과잉돼왔고, 그 긍정성의 과다에 따른 소진, 피로, 실망, 애증을 만들어 왔다. 이제 관계의 수단에 집착하거나 ‘어떤’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목적론적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대북정책) 주도적 설계와 포괄적 이행의 추진력이 필요하다. 더는 미북 관계와 미북 협상에서 한 발짝 떨어진 위상 설정으로 북핵 문제는 물론 한반도 평화를 일궈내기 힘들다”고 제언(提言)했다.